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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essay) 단편소설

배나무

by 산꽃피는캐나다 2010. 2. 2.




동생 집에 서 맛있는 배를 따먹은 후

우리도 마당에 어렵게 구한  배나무 한 구루 심었다.

나무가 이미 하얀꽃을 달고  있는 것을 샀다.

꽃은 그대로 시들어 버리고 배는 열리지 않았다.

다음해도 몇 개의 배꽃을 피웠을 뿐......,

그리고 올해다

꽃이 이가지 저가지 에 피어났다.

봄이 지나고 푸른 여름날

신기하게도  노랗고 조그만 앙증스레 귀여운배가 달렸다. 세어보니 10개나 된다.

푸른 잎이 싱싱하고

귀여운 아기 같은 열매

상큼 입안에 물고 싶다.

참아야지

 

손안에 살짝 쥐어본다

동생 집에서 먹었던 상큼하고 달던 배 맛이 입안에 사르르

손안에 닿은 감촉마저 단단하다.


여름 동안 배는 통통하게 더 자라났다.

한국에서처럼 크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단정한 배나무의모습

정원 가운데서 귀한모습을 자랑한다.


눈부신 가을 햇볕이 부서진다.

잔디를 깍으면서

생각이 떠오른다.


동생 집 배나무에 하얀 봉투지가 덥혀있던 것

그래 나도 배를 싸주어야겠다.

이곳저곳을 찾아 묶을 끈과 사각형 얇은 헝겊을 찾아냈다.

한쪽은 배가 숨을 쉴 수 있게 살짝 열고 덮어서 끈으로 묶어주었다.

안심이다.

이젠 그 속에서 한국의 노란 황금 배처럼 잘 익고 잘 크 거라.

그리고 바쁜사이

배는  잊어버렸다.

10월 어느 날

이제는 배를 추수할 때가 아닌가

마당으로 나갔다.

그런데 마당에 떨어져있는 것

찟어 진 헝겁조각 왠일 일까

배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노란색깔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저곳 배나무가지를 더듬어 보았다.

덮어둔 껍데기만 달려있을 뿐 배는 온데간데없다.

가슴이 철렁

땅으로 떨어진 배하나가 보인다.

집어들고 보니 그 배속으로 송곳으로 쪼았는지 구멍이 뚫려있다.

새?

지붕위에 앉아 놀던 새들?

지붕 끝 양철 비 받이에 남아 있는 물을 먹으려고 찾아들던 새들

그 새들이?

새들도 배가 익기를 고대하고 기다리고 있었을까?

너희도

좀 더 익으면 먹자

좀 더 익으면 먹어야지

좀 더 커서 달콤 해자면 먹자하고 참고 기다렸었니?


덮어둔다고 

그 맛있는 것을

우리가 안 먹을 것 같아?

그 새들이 오늘도 우리 집 지붕위에 앉아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지지배배  지지배배

잘 먹었음 인지 노래도 잘 부른다.


  사진글 산여울 2009년

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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