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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my book산꽃피는캐나다

스키이야기

by 산꽃피는캐나다 2009. 3. 16.


                    스키 이야기

          

                                                사진 위슬러에서


 햄 락 스키장! 이 곳이 우리가 엎어지고 뒤집히며 스키를 배운 곳이다.

이 곳을 가려면 벤쿠버에서 하리 슨 온천장 쪽으로 한시간 이상을 달려야한다. 

흰눈 모자를 쓴 높은 산을 향해 달리자면  길 양편으로 농촌이 기분 좋은 정감으로 펼쳐있어 마음을 한없이 향수로 달래준다.

겨울은 겨울대로의 풍경이 흐르고, 봄 스키를 타러가자면, 풍요한 들판에선 소들이 풀을 뜯고,  흐르는 강물엔 새들이 나르고 , 기차 길이 그림 같은 목장 옆을 지나가고,  말들이 뛰고 놀며, 늪지대의 연초록 풀잎들도, 바다 같은 호수 에 흰 새 들의 오고 가는 것도 모두가 흐뭇한 풍경이다.

 스키를 시도하던 첫해에 아버님이 벤쿠버에 오셨다.

스키장도 구경시켜 드릴 겸 신나게 햄 락 스키장으로 달렸다.

 나와 딸아이는 로프를 붙잡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올라가서, 두 근 반 서 근 반 가슴을 조이며 겨우 내려오곤 했었다. 몇 번을 그렇게 타더니 딸아이가 너무 무료한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나는 용평스키장에서 멋도 모르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가 크게 혼이 난 경험이 있는지라 안 된다고 말렸으나 헛수고였다. 딸은 혼자라도 타고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스키신발 한번 신어 보더니 벗어 던지고 레스토랑에만 한가히 앉아있고,

나는 올라 갔다하면 미끄러지고 난리가 날 것인데, 그렇다고 어린 것 혼자 전쟁터에 보낼 수도 없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죽으나 사나 올라가서 어린것을 돕자는 것이 상식적인 부모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리프트는 겨우 올라탔는데 내리자마자 리프트는 사정없이 나를 마음이라도 먹은 듯 팽가 처 버리고 말았다. 

겨우 꼬인 두발을 펴고 일어서다가 다시 곤두박질이 되어 흘러가고 있었다.

산중턱에 걸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만 그럴 뿐 딸아이는 살살 잘도 타면서 내 주변을 돌고 있지 않은가?

 참 난감하고 한심한 내 신세가 되어 버렸다.

 딸아이가 주어다 준 스키 폴 과 벗어진 스키를 붙잡고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닥은 빙판으로 너 벌려져 무섭게 번득거리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앞길이 깜깜할 뿐이다. 딸아이가 몇 번으로 그렇게 빨리 배운 줄 알았다면 올라오지나 말 것을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랴.

 오고 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겁에 질려 서있는 동안, 벌써 4시가 지났는지 리프트도 닫힌 모양이다.

마지막 안정정리를 하는 처녀가 내려오다 나를 보았다.

어떻게든 도와 주려고 애를 썼지만 얼음판을 내려가는 것을 너무 무서워하므로 딱하게 처다 만 보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걸어 내려 갈 수 있는 데가 없어요?”

하고 묻자, 수북하게 밀어 논 옆으로 언덕이 된 눈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기어서 눈이 쌓인 곳으로 가서 옆으로 한 발 한발 걸어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해는 저서 어두운 데 달빛에 눈길이 보인 것이 다행이었다.

바닥에 내려오니 식당도  닫은 지 오래된지라, 추운 얼음판에서 남편과 아버님이 쌩 쌩 불어대는 밤바람 속에서, 오돌오돌 떨고 계셨다.


 “맙소사! 스키를 다시 타면 사람이 아니다.”

라고 마음을 먹었다.


 아버님이 한국에 가셔서 전화를 주셨다.

 “캐나다에서는 좀 스키를 이상하게 타더구나, 신고 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여자는 기어서 내려오더라.”

“둘째 딸 때문에 추어서 얼어죽을 번했다.”

 “ 죄송합니다 아버님!”

  그 아버님도 이젠 뵐 수가 없으니 어디 가서 그 즐겁던 시절을 얘기 할 수  있을 가?

 남편은 레스토랑에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친구나 사귀며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무료했던지 하루는 자기도 타겠다고 나섰다.

내가 보니 남편은 다리 힘이 센 것이 문제였다. 도는데 너무 힘을 주고 돌아서,  앞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고 매번 뒤로 발이 벌어진 체 내려오고 있으니 위험 천만이었다.

뒤로 와 장창 넘어져 엄지손가락을 뒤집어 짚었는지, 쥐어 잡고 아프다고 통 사정이었다.

나도 성한 몸이 아니고.....말씀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몇 년을 돈을 내고  패스까지 목에 걸고 다닌 덕분으로  주말이면 달리고 달려서 그 실력으로 사람들 앞에 서면 스키 탄다고 자랑이 참 대단하였다.


 하루는 친구  이 선생님이 우리 집에 팔을 묶고 나타나셨다.

 “어떻게 된 일이세요?”

하고 물으니

 “미스터 리, 자랑에 감동을 받아 젊은 저도 한번 타러 갔다가 이렇게 되었지요”

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 이제 시작이지요.”

 우리는 동지가 생겨서 반갑다고 깔깔대었다.

아닌게 아니라 몇 주 후에 이 선생님이 또 나타났는데 이번엔 목발을 짚고도 껄껄껄 신나게 웃고 계셨다.

젊음의 용기가 마구 높은 데로 사정없이 올라가서 또 사정없이 내려온 모양이었다.

그 뒤에도 이 선생님의 방문이 있었는데 얼굴에 생채기가 나서 웬 일이냐고 하니 유머가 만점인 이 선생님 하시는 말씀인 즉

 “저는 이제 스키가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어깨로도 타고 주로 몸으로 타지요, 얼굴로도 아주 잘 탑니다. ”

 그 뒤로 보니 월남전에서도 살아돌아온 용기가 있는 그 분은 이산 저 산 혼자서도 스피드를 내면서 잘도 타고 다녔다.

 어느 따뜻한 4월,  이 선생님과 우리가족이 블랙 콤 위슬러로  신나게 달렸다.

날씨는 청명한 봄날이었다.

부드러운 바람 속에서의 봄 스키는 축복 받은 신의 축제날처럼 붐비고 있었다.  높은 세븐스헤븐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거기엔 스키를 타지 않아도 끝없이 펼 처진 산맥을 구경하는 관광객도 많았다.

 우리는 계속 내려 달리는 것보다 터널로 지나가는 사람이 신기하여 한번 들어가 보자고 했다.

스키터널로 지나서 나가니, 뒷산 밑으로 리프팅 하나가 다른 산봉우리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이 선생님을 따라 달려 내려가 그 리프트를 타고다시 상봉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리프트는 서서 로프를 손으로 쥐고, 등을 바치고 올라가는데 한참을 딸려 올라가니, 외따른 산봉우리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좀 이상한 데 와서 서 있었다.

아래로 달리지 않고 스키를 짊어지고 산 위로 향하는 젊은이들을 보게 되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젊은이는 신이 나서 대답하였다.

 “이곳을 올라가면 끝내 주는 경치가 있지요.

힘이 들어도 가보면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오늘 날씨가 좋은 봄날이어서 만년설(글레시어)스키를 탈 수 있도록 문을 열었으니 행운이지요”

이런날은 참 드물답니다.

 우리는 그 행운이라는 말에 의심 없이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짐이 된 스키를 걸쳐 매고 무거운 짐 짝 같은 신발로 눈 위로 기어올라간다는 것이 그렇게 힘든 줄은 미처 몰랐다.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비 오 듯 하였다. 그렇게 숨찬 한발 한발로 20분쯤 올라가니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그곳에서 몇 명의 젊은이들이 앉아 쉬고 있었다.

 하늘은 찬란한 봄이 옷을 벗고 눈부신 태양아래 흰 눈 산이 가슴을 풀어 젖히고 곡선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몇 발자국 더 내려가 언덕 밑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우리는 만리장성 몇 갑절도 더 되는 벽 위에 아스므라이 서 있었다.

 “ 하나님 맙소사!

 우리는 산과 산의 능선에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는 곳에 서 있었다.

가슴은 콩콩 박차를 가하고 눈을 감고 살려달라고 기도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늘은 다리나 손목이 부러지거나 머리통이 깨여질지도 모르겠구나!


 한참 정신 없이 서있던 이 선생님이

 “먼저 가 볼 게요 ”

하고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이젠 불행하게도 내려가는 것밖에 다른 길은 없는 것 같다. 

눈 벽에 붙어서 스키를 타고 내려가야만 하는 것인가?

이런 스키는 타 본 일도 없고 생각한 적도 없는 나에겐 참담한 사건인 것이다.

그런 속에서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일까?

 이 만년설 (글레시어) 눈은 보통 눈과는 달랐다.

보통 눈처럼 미끄러지는 눈이 아니고 딱딱하게 분말이 굳어져 있었다.

발을 하나는 밑에 놓고 하나는 위로 평행선을 이루면서 절벽 같은 눈 벽에 붙어 설 수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경사가 보일 때까지, 다시 말하면 돌 수 있는 자리를 찾을 때까지, 끝없이 큰산을 평행으로 벽에 붙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왔다가, 갔다가  계속 되돌아오자니 온몸은 막대기처럼 신경을 곤두 새운 체 다리는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

멈춰 서서 쉬자니,  높은 꼭대기로부터 제비처럼 날개를 펴고 비상을 하는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신나고 멋있는 관 경인가?

그 젊은이들이었다.

잠깐사이, 찬란한 서광의 빛이 모든 것을 잊게 하고 있었다. 저렇게 날라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제발 나에게도 용기를 주소서......”

 평행선으로 가던 길을 사선으로 시도 해보기 시작하였다.

중간에서 어떤 딸아이가 못 내려간다고 소리소리 지르며 자기 아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이 없었다. 아빠가 내려갔으니, 죽으나 사나 자기 일은 자기가 처리해야하는 것이 스키인 것을......

기진 하여 내려와, 철 퍽 주저 않아 뒷산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믿어지지 않는 산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멋있는 스키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홀연히 웅대하게 서있는 화산의 분화 구 는 그 높은 산의 허리를 파내고 있었다.   허리를 국자처럼 파낸 만년설 위로 내려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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