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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my book산꽃피는캐나다

산의 노래

by 산꽃피는캐나다 2009. 3. 24.



                           산의 노래




                                                         최 윤 자

 

 

 산엔 푸른 젊음이 있어요.

 산에 오르면 4계절이 분명하게도 가슴을 두드립니다.

아직도 겨울인가 하여 산에 갔더니 연초록으로 새 봄이 와 있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젊음과 생기를 가져다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나무숲 사이에 카펫트처럼 봄이 깔리고, 그 푸름 속에 초록 잎사귀를 달고 새 꽃잎을 열고  새초롬이 웃고 있었지요. 어느 사이  봄이 와서 우리를 반기고 있구나! 

누구에게나 젊고 생기가 오르는 시각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봄, 봄이 오는 소리에  젊음을 느끼며 사는 곳, 이게 산이랍니다.

봄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나 산에는 청순한 맑음이 있고 푸른 청춘이 있습니다.


 산은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이지요.

 산은  갈 때마다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눈이 오면 설경을,  비가 오면 젖은 안개를,  낙엽 속에 불 붓는 태양을,  석양 속에 내려올 때의 산의 그림을 저는 제일 마음에 담지요.

모든 것이 적막으로 다다르며, 푸르스럼하고 섬세한 빛 속에서 자연이 숨을 들이키고있을 때, 그 모습은 신선하고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예술가는 색 색깔로 산의 배경까지 마지막 칠을 해 주는 것도 잊지 않지요.

 

 산은 음악가랍니다.

 산새를 불러 노래하고 폭포수가 장구를 치고, 바람이 지나가며 바이올린을  키고,

빗소리가 드럼을 치며, 시냇물소리는 첼로인가요? 딱다구리의 탁탁 치는 소리,

삐걱대는 나무들의 울음소리,  산의 교향악단의 소리에 마음을 적시며  감상 속에 걷는 길,

이 길이 바로 산길 인 것을 아시나요?


 산이 시인이라고요

 시인이 아니라도 산에서  시를 쓰고 싶어하지요.

 시가 가슴을 열며 호수의 아름다움에, 나무의 위대함에, 개울 물 속의 잔 풀들에, 산의 장대함에, 수려한 들꽃들에, 어찌 마음속에 시를 담아보지 않을 것인가요? 

4 .19의 어두운 시대에 시를 쓸 수 없었던 시인이 산으로 도피하여 지낸 삶이, 산이 다시 시의 언어를  주었다는 기사를 읽었지요.

 산으로 봄여름 가을 겨울을 다니는 동안 시로 표현 할 수 없음을 한탄하던 날들이 있었지요.

나는 시인이 아니나 나오는 데로 용기를 내어 글을 담기로 하였습니다. 

소월, 헤르만헷세,  이 분들이 캐나다 산으로 다녔다면 얼마나 좋은 시를 읊으셨을까요?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는 사람들과  산길을 같이 걸으며,  시한 수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 일까요?


 산이 부를 줍니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면 가슴은 충족함으로 가득 찹니다. 순수한 일의 정직함처럼,

산을 오르는 힘과 시간의 흐름에도 정직함이 깃들어 있지요.

이것이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부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 힘이 살아나서 용기를 주고 일을 열심히 하게 하여 적어도 마음의 부를 일구어 준다고 생각하지요.


 산에서 오래도록 사는 나무들의 모습에서 또 바위 위에서도 나무는 생존하기 위하여 긴 뿌리를 바위 밑으로  길게 내리는 고역을 감수하는 것을 보면서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나무의 삶이 인생의 길을 끝없이 가르쳐주고 생명력을 불러들이게 합니다.


 여기에 더하면 산은 희망과 자유를 주며, 건강을 유지하게 하지요.

산의 정기 속에서 힘찬 호흡 법을 배우고 만나는 동물과 식물에 대하여 사랑을 배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같이 산에 다니는 사람과의  깊은 우정을 길러 주는 곳이 산입니다.

 이리하여 산이 우리 곁에 있는 한,  산을  노래하며, 산을 향하여, 산이 닿는 하늘 가까이 오르고자 하지요.


 같이 산에 다니는 분은, 산이 신의 가든이라고 하였습니다.

 신의 가든 속에서 시간을 잃어버리고 돌아다니니,  원시의 낙원에서 사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보타니칼 가든으로 느껴지는 햄락벨리의 위버호수(Weaver Lake )산책 중에,

봄의 신록과 나무사이에  덮인 초록카펫 위로 봄을 알리기 위하여 피어난 흰 꽃 웨스턴 트릴리움(Western Trillium)의 웃음에 반하여, 이 글 을 써 보기로 하였습니다.


 신의 가든에는 부 유에 관계없이 모두가 초대되었으니 산으로 가시지요.



  옥색물결 풀어 첼로를

  실바람 나무 결 지나 바이올린 선율 키고

  이 산 저 산, 산새 불러다 피아노 치게 하네.


  폭포수 떨어져 드럼을 치고


  이 선율 저 선율

  높고 낮게 흩어놓아

  산길 걷다 듣는 자연의 교향곡소리.


  산길 걷다가

  비도 바람도 모두 소리하네.


  산길 걷다가

  개울물 소리

  폭포 뒤집히는 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실 물살 짓는 소리

  꽃피는 소리

  나비 나르는 소리


  구름 포개지는 소리

  안개 젖히는 소리


  나무들의 얘기 소리

 

  산길 걷다가

  외로운 내 영혼 자연 되어 흐르네

 

  자연 되어 흐르네


(산꽃피는캐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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