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자 상(The Lions )
사진 라이온스에서(두사자상)
벤쿠버의 지표 (Land Mark)로 알려진 지상에서나 하늘에서 비행기로나 뚜렷이 보이는 두 봉우리가 있다. 웨스트 라이온(West Lion)과 이스트라이온 (East Lion)이다. 신비한 두 봉우리는 사람의 눈을 끌고 사람을 부른다.
산중에서도 솟아오른 두 개의 사자가 앞뒤로 앉아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면 등산객은 오르고 싶어 가슴이 설레기 때문이다.
라이온스(The Lions )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옛적에 B.C.주 북쪽 프린스 루퍼트 근방에 살고 있는 원주민과 벤쿠버 원주민들 사이엔 끝없는 싸움이 있었다.
하루는 프린스 루퍼트 원주민들이 밤에 몰래 배를 타고 내려와 숲 속에 잠복해 있었는데, 이 사실도 모르고 벤쿠버 원주민 남자들은 연어를 잡으러 무리를 지어, 먼바다로 떠났다.
그 날밤 프린스 루퍼트 원주민들은 벤쿠버의 아녀자들을 전부 납치해서 섬에 가두어 두었다.
벤쿠버 원주민들의 남자들이 고깃배를 돌려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있었겠는가?
오직 한가지 선택만이 있었다. 자신이 죽거나, 아니면 가족이 모두 죽는 것이었다.
결국 벤쿠버 남자들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처참하게 목숨을 내놓게 되었다.
이 때 죽은 남자의 수가 300여명쯤 되며, 그 섬이 피의 섬으로 알려져 온다.
지금 지도상에는 스텐리 공원(Stanley Park)에 붙어 있는 죽음의 섬(Dead Man)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 후로 자손들은 원한과 복수로 계속 싸우고 싸웠다고 한다.
한 벤쿠버의 추장이 계속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는데, 추장에게는 어여쁜 두 딸이 있었다. 하루는 전쟁을 이기고 돌아와서 큰 연회를 베풀게 되었다.
연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 두 딸은 아버지에게 자기들의 소원하나를 들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아버지인즉 사랑스런 딸들이라 걱정 말아라. 너희들 소원이라면 들을 필요도 없이 행할 것이니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딸들의 요청은 프린스 루퍼트의 원수들을 이 연회에 꼭 초청해 달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당황하였으나, 너무나 사랑하는 딸들의 간곡한 부탁이었으므로 그 소원을 들어주게 되었다. 사람을 보내어 두 딸들의 뜻을 전하게 되었다.
프린스 루퍼트에 있는 적들도 이 소식에 감격하였고 배에 실었던 무기를 전부 내리고, 식량과 선물을 채우고, 가족들까지 데리고 잔치에 참석하였다.
그 후로 피나던 싸움은 끝나고 서로 사이좋게 지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그들이 믿었던 신 사갈리 티(Sagalie Tyee)도 감동을 하여, 이 두 딸들을 귀히 여기고 딸들에게 불멸성을 주게 되었다.
딸들을 제일 높은 곳에 올려놓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받게 하였는데, 두 자매 (Two Sister) 봉우리가 된 것이다. 자매들(The Sisters)로 불리다가, 라이온스(The Lions)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9
9번 시 스카이(sea and sky) 하이웨이를 따라 라이온스 베이 (Lions Bay)에서 산 쪽으로 꼬불꼬불 올라가 선셋 드라이브(Sunset Dr.) 마지막 문(Gate)앞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절벽 같은 계곡 산등성이에 올랐다 .
무너진 산돌 들로 길이 끊어 졌는데, 돌 위로 걸어가니 숲 속으로 길이 연결되었다. 고개 너머 고개, 또 넘어 한 고개, 금방 하늘 창이 열릴 것 같은 데 계속되는 산길이었다.
습기 찬 곳엔 모기떼, 작은 하루살이가 날아다녀 약을 뿌리고 모기장 모자까지 덮어쓰게 되었다.
아무렇게나 엎어진 나무, 코가 닿을 듯한 경사, 흙이나 낙엽이 굴러 내려 두 손 두 발로 기어올라가는 곳도 있었다. 계곡을 건너는데 쏟아져 내린 돌멩이 사이로 물이 와글와글 지껄이며 숨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세시간 반이나 그렇게 헤매었을까? 갑자기 푸른 하늘이 환히 열리고 평원이 나타났다.
그 평원 위에 올라섰을 때 우리는 깜짝 놀랐다. 눈앞에 웅장한 몸을 다 내보이고 바위산 하나가 하늘로 치솟아 있었던 것이다. 참 기고 만장한 모습이었다. 야! 이외에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거기에 샛길이 있어 돌아가 보니 바로 뒷모습이 보였다. 놀랍게도 한 덩어리의 바위가 하늘에서 땅 끝까지 내뻗친 것 같았다.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어째서 벤쿠버의 지표가 되었는지 감각이 왔다. 이 웨스트 라이온에서 또 하나의 돌산 이스트 라이온으로 가는 길은 위험하였다. 비바람에 못 견디어 수 만년 떨어진 돌의 표피가 쌓이고 쌓인 넓고 넓은 돌산 위를 온 촉각을 다 세우고 조심스레 건너가야 했다. 그 바위사이로 풀들이 머리를 풀고, 물줄기가 흐르는 사이사이에 피어난 산 꽃이 기웃기웃 앉아서 웃고 있었다. 8월인데 아직까지 녹지 않은 눈이 소복이 덮인 길이 나왔다.
발이 푹푹 빠진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조심조심 걸으면서 보니 지친 젊은이들이 눈 위에 힘없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이스트 라이온을 안보고 갈 수는 없지! 있는 힘을 다해 걷는 산행이었다. 마침내 이스트 라이온의 모습이 나타났다.
거기에서 더 좋은 구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산중의 산, 가장 높은 곳, 하늘 속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많고 많은 산줄기가 온 지구를 다 덮은 듯한 그 곳에 서 있었는데 발 밑으로 코앞에 케필라노 호수가 잡힐 듯이 보였고, 멀리는 벤쿠버 시내가 아스라이 나타났다. 사이프레스 산도 보였고,
뒤로 돌아서면 하웨사운드 바다까지 다 보였던 것이다.
있는 기운을 다 빼고, 눈 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 데 참 희한한 광경도 보였다. 그 크고 네모난 바위를 기어올라가, 쏘다 붓는 태양, 옥양목같이 널어 논, 눈 위에 빨간 텐트를 치고 앞문까지 열어 놓고 잠을 자는 젊은이의 모습이었다.
지상에서 제일 편안하고 부럽고 멋있는 인간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길고도 멀었다. 빈 물통을 차고 총대를 맨 패잔병의 얼룩진 걸음이었다.
쏘아져 내리는 계곡에 다다르자, 정수기 물통을 서로 뺏느라 난리를 부렸다.
목마름을 축이고 내려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젊은이들도 다리가 아픈지 무릎을 구부리고 뒷걸음으로 내려오는 모습도 보였다.
이리하여 우리는 여덟 시간 반만에 250미터에서 시작하여 1,500미터까지 올라갔다 내려왔으며 약 100미터에 160미터나 되는 급경사를 오르락내리락 했던 것이다.
밑에서만 보고 그리던 라이온스(The Lions)
오늘은 자매들(The Sisters)을 직접 만나, 거룩한 마음씨에 높은 존경심을 전하고, 무사히 하산한 것이다.
4월28일 토요일2001년 한국일보 벤쿠버 (The Korea Times Vancou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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