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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my book산꽃피는캐나다

제네랄 셔만(General Sherman)

by 산꽃피는캐나다 2008. 2. 20.
 



제네랄 셔만(General Sherman)


                                              최윤자


사진23제네랄셔만

사진161벤쿠버아일랜드에서




 산으로 많이 오르다 보니 나무가 친구가 되고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다. 백년도 못살면서 말 많은 사람이나 천년도 더 살면서 말없는 나무나 그 목숨 따라 가는 길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말없고 거대한 나무들을 보면 더 정이 가고 마음이 간다. 그래서 이런 생각까지 해보았다.

 내가 죽으면 하느님께 불려갈지도 모른다. 하느님이

 “너는 지상에서 무엇을 보고 왔느냐?”

 하고 물으시면

 “저는 산을 좋아하여 산만 오르다 왔습니다.”

 “그래 무엇을 보았느냐?”

 “하루는 휘슬러 근방에 있는 쿠거산( Cougar Mountain)을 가게 되었는데 그 산꼭대기에 숨기 좋은 계곡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아직도 숨어사는 천년도 넘은 거대한 삼목( Cedar) 20개 정도를 보게 되었습니다. ”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드냐?”

 “하느님 요즈음엔 헬리콥터로 큰 나무를 도둑질하는 밤 인간들이 있다 들었습니다. 그러니 그 소중한 나무들을 오래 살게 지켜주소서......”

컬터스호수 (Cultus Lake )근방에도 거대한 나무 고대 킹조지가 직접 와서 축복했다는 푯말이 있는 전나무 가 있었다. 남편이 얼마나 큰지 재어보자고 하여 나무를 재고 샛길로 빨리 나오려다 길을 잃고 헤맨 적도 있었다.

 하루는 산행 중에 이런저런 큰 나무 얘기로 꽃피우던 중 같이 다니던 이 선생님 이야기가

 “선배님 정말 큰 나무는 미국에 있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다.

레드우드 (Red Wood)공원에 있는 차가 가운데로 지나간다는 나무 말이요?”

 하고 남편이 물으니

 “아닙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세코야(Sequoia) 국립공원에 있는 제네랄 셔만(General Sherman)이라는 거목이 있는데 그 밑에 가면 어이가 없어서 절까지 하고 오는 나무랍니다.”

 이 선생님의 그 나무이야기는 남편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우리는 나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였다. 지구상에서 제일 거대한 나무는 약2700년을 살고있는 제네랄셔만( General Sherman) 이었다. 제일 키가 큰 나무는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살고있었고 그 높이는 111m나 되었다. 크지는 않으나 지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있는 나무는 브리스틀 콘 파인 (Bristle Cone Pine)으로 약 5000년을 살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방학이 되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혼자 온 딸아이를 생각해서 휴가는 단 일주일로 정해졌다. 일주일 동안 갈 곳이 많은지라 운전도 교대하면서 포트랜드를 지나 처음으로 들린 데가 그렇게도 가보고 싶어했던 크레터호수(Creater Lake)이었다. 칠월에도 눈이 있었고 천지 가운데 다소곳이 청렴하게 솟아 있는 섬. 흐린 먹구름 속에서 햇빛이 쏟아져 내려와 진 남색 호수에 청자기 색깔이 휘휘 띠를 두르고 신비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다음으로 라센 볼케노 (Lessen Volcano) 국립공원이었다. 어렸을 때 뒷산에서 정답게 놀던 소나무들은 아니었지만 소나무가 이렇게 큰데 감격하였고 어쨋던 반가웠다. 이소나무들이 불그스레한 악어가죽 옷을 입은 듯 하고 장대처럼 꼿꼿한 모습 서너 사람이 팔로 둘러야할 정도였고 여기저기 힘찬 레슬링선수처럼 자태를 자랑하며 서있었다. 리노 (Reno)를 들렸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산꼭대기 위에서 내려다본 타호 호수( Lake Tahoe)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진 하늘빛이었다.

 거기서부터 5천년을 산다는 브리스틀 콘 파인 (Bristle Cone Pine)을 찾아가기로 했다. 비숍(Bishop)을 지나 빅파인( Big Pine)에서 산으로 올라가는데 소나무들은 점점 작아지고 틀어지고 산은 점점 높아져 능선을 타고 꼬불꼬불 기어올라 10,000 휘트까지 오르게 되었다. 드디어 입구가 나타났는데 우리가 처음으로 도착한지라 안내서를 따라 아무도 없는 산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흙은 하얀색이고 나무도 안보이고 풀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뿌연 색깔의 풀 몇 점 사이로 오르게 되었다. 그곳에 서있는 나무의 모습은 참으로 기가 찬 모습이었다. 고호의 그림을 보듯 나무하나가 고대 예술작품을 대하는 기분이었다. 나무는 단단한 다듬이 방망이보다 더 차돌 지고 새끼 꼬듯 비비틀면서 곱슬머리를 풀고 서있었다. 이 지상에서 보는 나무들이 아니었다. 나무하나 하나를 지날 때마다 기묘함에 감탄사가 아니 나올 수가 없었다.

 5천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살아 숨쉬는 나무 이 나무들은 썩지 않고 돌이 된다는 나무들인 것이다(Petrify) 나무는 나이에 비해 크지는 않았지만 그 형상과 살고있는 땅이 틀렸다. 표피가 달랐다. 지구가 아닌 다른 곳을 연상시키고 나무를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이것을 본 것은 큰 감격이었다.

 리 바이닝(Lee Vining)에서 깊고 높은 산을 넘어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도착하여 마리포사 그로브(Mariposa Grove)에 들려 거대한 세코야(Sequoia)나무 그리질리 자이언트(Grizzly Giant)를 구경하였다. 세코야 나무는 사실상 너무 잘 부러져 쓸모가 없다고 인간이 자르지 않은 것이 지상에 아직까지 살아남아 그 모습을 자랑하는 것이라 했다. 다시 험한 산을 넘어 킹스케뇬(Kings Canyon) 의 아슬아슬함과 지하동굴을 구경한 뒤 그 유명한 제네랄셔만나무를 찾아 세코야  국립공원으로 갔다.

 어떤 일이 벌어 졌겠는가?

 나는 나무 앞에 가서 나무를 보자 도망치듯 뒤로 물러서 버리고 말았다. 남편은 그 위압에 눌려 절을 하고있었다. 멀리 떨어져서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쩔쩔 매거나 그 곳에 머물지를 못했다. 그 큰 나무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을 가진 듯 느껴졌다. 사람들은 위를 쳐다보고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슬슬 뒷걸음치듯 떠나버렸다. 옆으로는 보통 키의 사람이 약 20명이 손을 잡고 둘러서야 하고 위로는 약 50명의 사람을 올려 세워야 맞먹는 나무, 지구상에서 제일 거대한 나무, 약 2천 7백년정도를 아직도 싱싱하게 살아있는 나무.

 여태껏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나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 차가 나무 속을 지나가도

 “아! 참 크기도하구나 !잘 생겼네”

 하고 돌아다니면서 잘도 구경하였었다. 그러나 이 나무만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소복한 눈 속에

 타오르는 태양 볕에

 부서지는 바람 속에

 기우는 저녁놀에

 터지는 번갯불에

 흩어지는 구름 곁에

 놀라지 않고 서있는 나무

 남북전쟁 때 백만 군을 거느렸던 장군 제네랄셔만 의 이름을 가지고 아직도 늠름히 살아있는.....


 지상에서 제일 거대한 나무에게 정보다는 경의를 맘껏 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참고 직경 36.5휘트 높이 275휘트 둘레 114휘트)

3월17일 토요일 2001년 벤쿠버한국일보(The Korea Times)


사진24 요세미티 공원에서

사진25 쿠거 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차 사고가 있었다. 차는 경사를 두 번 굴러  물 속에 빠졌다. 소방대차가 와서 사다리로 구조하였다. 미국 로즈 버드 시내 차 수리 공장 직원이, 우리가 차 유리창으로 빠져 나오는 장면을 TV방송에서 보았다고 하였다. 필름도 카메라도 물 속에서 곤두박질을 하였다.  남편과 내가 물속에 가라앉지않고 살아나온것이 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5천년 된 나무들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담은 사진 필름을 모두 물속에 잃어버린 것이 몹씨 안타깝다.

( 산꽃피는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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