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장 인민군 장교의 첫사랑
누군가 길가의 민들레꽃은 밟아도 피어난다고 말하였다.
전쟁 속에서 꽃도 피어나고, 설레는 사랑도 피어난다.
북한군이 서울에 들어와서 전쟁에 다 이긴 듯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
그사이 서대문 전매청에 별자리 인민군장교가 총책임자로 임명되었고 전매청은 그대로 문을 열고 있었다.
젊고 씩씩한 미남이었다. 옆집에 살고 있는 수정 누나는 그 곳을 다니고 있었다.
수정누나를 보면 너무 예뻐서 나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으니까.
어머니가 들려준 수정누나 이야기다.
전매청에서 상품을 만들고 저장하는 관리소에는 수 백 명의 처녀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지만,
수정누나를 인민군장교가 찍었다고 했다.
“여기서 얼마동안 일했습니까?” 그 다음날은?
“어디서 살아요?......”
수정누나도 입에다 손을 대고 "호호"하고 웃었다.
“홍제 동에서 사는데요.”
“홍제동이 여기서 멉니까?”
"인왕산 고개를 넘어서요.”
장교가 그녀 앞을 지날 때면 꼭 한마디라도 말을 건네고 지나갔다. 애인은 없냐고 멋쩍게 묻기도 하였다.
여기저기서 일하던 친구들이 쿡 쿡 거리고
“수정아 아무래도 장교님이 너를 좋아하나 봐! 호호호 또 온다. 이쪽으로 오잖아”
수정누나도 잘생긴 모습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이 좋았다.
하루는 수정누나가 일을 끝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장교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말없이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일요일 12시에 덕수궁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그렇게 적혀있었다.
수정누나는 전차를 타고 덕수궁으로 갔다.
그 어여쁨이 얼마나 장교 속을 태웠는지 장교가 속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고향 이야기서부터 장교가 된 이야기, 집안이야기를.,
자기는 총각이고 처음 보았을 때부터 사랑에 빠졌으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결혼하고 싶다고!
수정누나는 결혼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주소를 달라고 졸라서 주소를 주었다.
깍쟁이 수정누나가 주소까지 준 걸 보면 아주 잘생기거나 마음에 아주 든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장교가 배와 사과상자를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
너무나 잘생긴 인물이었다. 금산댁 도 보자마자 마음에 확 들었다.
수정이가 왜 마음이 흔들렸는지도 알게 되었다.
수정누나 사랑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수정누나 아버지는 마음이 불편하였다.
잘못하다간 온 가족이 화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을. 세상이 안정되었다면 얼마나 귀한 사위 감인가?
별자리 장교가
“수정이 아버님! 저는 수정 씨를 좋아합니다.
수정 씨를 만나려고 북에서 여기까지 내려온 것 같습니다.
수정 씨와 만나고 결혼하고 싶습니다.
“글쎄 자네는 훌륭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시국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네.
지금 미군들이 다시 들어온다는 소식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우리 수정이가 이북으로 가야 되는가?”
“나는 딸을 그렇게 멀리 보내고,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장교는 괴로워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였다.
아버지도 그에게 이해해달라고 사정하고 있었다.
“안 되는 일이네 이해해 주기 바라네,”
“아버님 말씀 잘 알겠습니다.”
그는 얼굴이 굳어진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버지는 다음날 딸이 직장에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 사람은 공산당이다. 겁나는 세상이다. 모든 것을 잊어버려라.”
수정누나가 방으로 숨어버렸다
그렇게 가버린 그가 가엽게도 느껴졌겠지.
엄마가 딸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수정아 잘 생각해 보자"
"엄마! 걱정하지 마 ,그 사람 잊기로 했어. 아버지 말대로 할 거야
내게는 너무 과분한 사람이야.” .”
수정이가 밥도 안 먹고 슬퍼하는 것을 보니......,
"그런데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북으로 떠나가면서 찾아왔다."
“수정 씨!” 하고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나고, 그 소리를 듣고
“장교님?”수정이도 정신없이 나갔다. 수정어머니가 대문 밖에서 둘이 소곤대는 소리를 들었다.
“다시는 못 만나는 줄 알았어요.”국군이 들어오고 그동안 사태가 심각해졌어요.
수정 씨를 다시 못 볼 것 같아 달려왔어요.”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요. “수정 씨 나와 같이 떠나요. 제발 나와 같이 떠나요.
수정 씨! 부하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북으로 부대가 이동하는 중이에요. 수정씨!”
“장교님! 저하고 결혼하고 싶으세요?
“그래요 수정 씨! 난 수정 씨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장교님! 저 많이 생각해 봤어요. 저도 헤어지기 싫어요. 장교님.
장교님 북으로 가지 마세요.”
수정이가 미리 준비했는지 그렇게 대담하게 나올 것은 금산 댁은 생각도 못했다.
“장교님 군복을 벗으세요.”
“군복을요?”
이 군복을 벗으면 수정 씨와 결혼할 수 있단 말이군요.”
그리고 그냥 떠나가 버렸는데
그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동무들을 배반하고 왔어요.” 수정 씨!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수정 씨!"
수정누나가 급하게 그를 데리고 반공 호 속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히고. 둘 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수정이가 밤만 되면 밥과 물을 들고 아무도 모르게 방공호 속으로 들어갔다.
장교님 후회하세요?
내 결정에 후회는 없어요. 수정 씨
그 당시 서울엔 미군과 국군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이젠 장교님 대신 안전하게 영철 씨라 부를게요.
“영철 씨!
오늘은 신문에 북으로 가기 싫은 사람은 귀하 하라는 기사가 났어요.
그런데 아직은 귀하 하는 것은 이른가 봐요. 서로가 믿기 어려운 세상이니까요.
영철 씨 미안해요. 햇빛이 그리워도 조금만 더 참으세요."
날마다 빨갱이를 잡는 기사로 신문은 우울하게 그려졌다.
사람들은 다시 흥분하였고 서로를 미워하였고 서로를 밀고하고 있었다.
“영철씨! 아버지가 파출소장을 알고 있어요. 시국이 조금 안정되면 만나실 거예요.”
며칠 후 수정이 아버지가 파출소장을 찾아갔다.
“소장님!
제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는데......,”
파출소장은 알았다는 듯이 구석 사무실 안으로 수정이 아버지를 데리고 들어갔다.
“웬일이세요? 정 선생님!”
“사실은 북의 별자리 가 저의 집에 숨어 있습니다.”
“네? 별자리가요?”
소장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수정이 아버지는 사실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항복하고 귀하 하고 싶어 하니 어떻게 사람하나 살릴 수 없을까요?”
"정 선생님, 길이 있습니다. 염려하지 마세요.
정부에서도 그런 사람은 특별히 죽이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내일 밤 9시에 집으로 짚 차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파출소장은 밤에 와서 그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서대문 형무소 정치범 독방에 넣었다.
“ 우선 신변안전이 급선무이니......,
그 뒤 예쁜 수정누나 소식은 이러하였다.
정부에서 그를 불러서 직접 재판이 이루어졌다. 재판관은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려주시오. 우리가 도와주겠소.”
장교는 대답하였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원이라면 저에 대해서 아무것도 더 묻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그것뿐입니다.
저는 이제부터 저의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재판관은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기쁘게 막을 내렸다.
수정누나와 장교는 그 집을 떠났다. 떠난 곳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후에 어떤 사람이 그를 동대문시장에서 만났다고 했다.
인민군 별자리가 동대문 시장에서 열심히 옷 장사를 하고 산다는 것이었다.
그는 죽을 용기도 있었고 살 용기도 있는 사람이었다.
전쟁 중에도 진정한 사랑에 목숨을 건 용감한 청년이었다.
나는 그 뒤로 사랑이란 것을 잘 모르지만 전쟁 속에 피어난 풀꽃 같은 애 뜻한 사랑을 한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43장 두 명의 어머니
어머니에게는 친구하나가 생겼다
순한 어머니가 옆에 달고 다녀야 하는 어머니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여인이다.
남편이 의사였는데 술주정뱅이로 집에 와서는 아내를 때려야 속이 시원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노인이 다리를 절면서 딸을 데리고 왔는데 온몸이 매 맞은 상처로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아버지는 약을 지어주면서 당분간 때리는 남편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 뒤에도 약을 지어주었는데 약값을 내지 못하였다.
그때 아버지는 너무 바빠져서 간호사가 하나 더 필요했다
어머니는 불쌍한 매 맞는 여인을 간호사로 옆에 두게 하였다.
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좋아 우리 가족의 사랑을 받았다.
그즈음 역도를 하던 작은형이 폐렴 증세를 보였다. 어머니는 그대로 시골로 작은형을 데리고 내려갔다.
또 아들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작은 형의 몸이 회복되자 몇 달 후 사귄 동에서 돌아왔다.
어머니는 일하던 간호사가 말도 없이 떠난 것을 알았다.
어찌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가 버렸을까요?
당신이 뭐라고 한 것 이야요. 그 불쌍한 여자한테?
아버지는 대답을 잃었다.
아버지의 행동이 분명하지 않자 어머니는 그녀를 찾으러 부모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어머니는 엄청난 소식을 들고 왔다.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우리 집에 생긴다고요.
임신을 하다니요. 그때 어머니의 심정을 어떠했을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투는 날이 많아졌다.
아버지는 술로 실수했다고 빌고 빌었다.
큰아들을 잃고 저녁이면 그 허전함을 술친구들과 보내는 아버지
너무 늦어지는 날은 나는 술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불쌍한 아버지를 부축하여 데리고 왔다.
아마 그날도 아버지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었다.
그 여자가 자다가 나온 모양이고 안방으로 모신모양이다.
어머니가 페렴 증세인 형을 휴양시키느라고 시골로 내려간 동안 도시의 아버지가 벌린 기막힌 사건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것을 슬퍼하였다. 무던히도 착한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젊어서 아직은 여자가 필요한 것 같다고 한탄하였다.
어머니는 그 여자 가 불쌍했던지 부모 집을 자주 방문하였다.
하루는 부모살기도 힘드니 차라리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고 한 모양이다
그녀는 형님과 자제들 볼 면목이 없어 같이 살 수는 없다고 대답하였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상의하였다.
조용히 애를 기르며 시골에서 살게 해달라는 여인
어머니는 상의 끝에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덕적리에 내려가게나. 우리가 작은 어머니라고 부르는 그 여인은 그 후,
어머니와 사이좋게 지냈으며 그녀가 낳은 남매가 아버지 호적에 오르게 되었다.
딸은 북으로 보낸 채 소식도 모르고, 큰 아들도 잃고도 맘대로 울지도 못하고 살고 있는 어머니,
이제 아버지의 사랑도 잃어버린 어머니 그때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북에서 우리를 살리려고 사과장사도 하였다.
타양 삶에 남의 집 밭일도 해가며 살아온 어머니.
그 뒤로 아버지는 어머니를 더 귀하게 대해주셨지만 사랑 잃은 어머니가 참고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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