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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너의아버지의 나라는한국

제9장 원산의 향기 1930년대

by 산꽃피는캐나다 2023. 1. 25.

그리질리폭포수 유화

  9장 원산의 향기 1930년대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도시 원산이었지만 생각대로 막 노동판에는 일거리가 있었다.

군상 씨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목재소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였다.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지, 하나 내게도 성공하는 날이 올 것이오.

하하 나는 이 도시가 힘들어도 마음에 드오.”

그는 아름답고 시원스런 원산 앞바다에 아내를 데리고 나갔다.

  파도치는 물거품도, 불어오는 바다 바람도, 둘러친 끝없는 모래사장도 젊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그래요, 이 바다 바람이 향기롭지 않소?

 하하. 그래요. 이렇게 아름답고 신나는 곳은 세상에서 찾아내기 힘들 것이요.

사람들이 명사 십 리길을  한번 왔다 가면 그 향기를  잊지 못한다오.

하하 바다의 향기, 소금기 말이요. 짜고 진한 그 향기예요.

나는 이곳에서 소금처럼 짠 돌이가 되어서 돈도 벌고  열심히 일을 할 것이요.”

 아내의 임신을 알고 난 후

그는 더 일속에만 파묻혀 살았다.

그는 일터에서 번 돈을 한 푼 한 푼을  세 보지도 않고 항아리 깊숙이 넣고 짚으로 덮고 덮었다.

 "이렇게 당신처럼 예쁜 딸을 낳았구려."

그는 아내와 애기의  손을 만지며 즐거워하였다.

 쓰지도 않고 먹을 것도 줄이면서 모은 돈이 항아리 짚 더미 속에서  발꿈치를 들면서  불어나고 있었다.

세월은 봄 여름 가을 겨울속으로 소리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둘 셋 넷 아이들이 태어났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세월이 그처럼 흘러간 것이다

그의 욕망은  멈추지 않았고 물건을 파는 또 다른 돈 버는 일로 원산에서 서울의 왕래가 잦아졌다.

서울에서 사 온 책들과 한의학에 대한 서적도 밤이면  초롱불 아래서 읽고 있었다.

 아버지는 원산에서 순전히 노동으로 일어선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때 원산 한복판에서 벌목을 하는 공매가 열린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들렸다.

사고가 난 산 판이다. 큰돈이 없어도 될지 모른다.  그는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혼자서 생각하였다.

“나에게도 때가 올 지도 모른다.

그래 그렇지."그는 방으로 들어와 다락 장롱 속에 또 항아리 속에 숨겨두었던 돈을 세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모았던 금쪽같은 돈들이었다.

 

 10장 사업경매에서 승리를 

 

 날이 새기를 겨우 기다린 아버지는 친구를  찾아 나섰다.

“여보 게! 철우 나도 사업을 시작해야겠네.

내가  성공시킬 묘안을 가지고 있네.

지금은 비밀이지만 내게 힘을 좀 보태주지 않겠나.”

“그래 산 판을 할 작정이라고?”

“그렇다네, 내가 그곳에서 노동일을 하지 않았나.

내가 산 판을  돌아보고 다닐 때 성공시킬 명안이 떠올랐다네.”

“명안이라니?”

“지금은 사고 투성이지만,

두고 보게  꼭 성공시킬 자신이 있으니......,

그러나 지금은 말할 수 없네.

자네와 같이 일하고 싶으니  일이 성사되면 그때 알려줌세!”

 서울은 장작 없이는 추운 겨울을 지낼 수가 없었다.

이 경매는  산의 나무를 베는 것이었다.

큰 목재는 목재대로, 나뭇가지는 불쏘시개로 다발을 묶었다.

 벌목은 점점 산 위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람과 말, 황소가 운반하는 산길은 높아지자 점점 험해져 갔다.

불상사가 벌어지고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들이 죽고 황소가 마차와 함께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회사는 일꾼들을 모으기가 힘들었고 보상을 하자니 결국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폐쇄할 지경에 이르자 정부가 경매를 부르게 된 것이다.

사람이 죽은 큰 사건이 터진 뒤라  싼 가격에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발이 넓은 친구 철우 씨는  공매 입찰에 도전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수소문하였다.

역시 이름난  갑부 진 태수씨였다. 술좌석에서 철우 씨는 껄껄 웃었다.

"진 사장님이 이 산 판에 나가신다고요?"

"글쎄 나 한번 해보고 싶은데 들리는 말에 당신 친구 군상 씨가 관심을 보인다지요?"

"그래도 선생님과 는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 사람 돈 없어요.땅 몇 마지기나 살 돈이 아니겠어요?"

진 사장은 껄껄 웃었고 철우 씨는 낄낄 웃었다.

군상 씨가  저액으로 입찰할 것이라는 소문을 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머리가 비상하였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버지는 입찰 현장에서 그의  눈빛이 진 사장이 팬 돌리는 꼭지를 놓치지 않았다.

그 보다 겨우 마지막 한 숫자가 높은 끝자릴 2 대신에 3을 적어내었다.

이 경매에서 한 끝으로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의 영리함이었다.

 

  제11장  황소대신 철사 줄로

 

 아버지의 생각은  적중하였다.

위험한 황소를 쓰지 않고 나무를 운반하는 방법을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입찰이 끝나자 철우 씨에게 그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 황소를 안 쓰자면 아주 굵은 철사 줄을 찾아야겠습니다."

"그렇지,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지"

두 사람은 신바람이 났다. 다음날부터 쇠 줄을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겹 쇠줄은(많은 철사 줄을 함께 꼬아서 굵게 만든 쇠줄) 산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연결할 수 있는 길고 굵은 것이어야 한다.

미리 만들어 파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힘과 머리를 쓴다면 언제나 어려움 속에서도 극복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낸 것이다. 겹 쇠줄은  산 위에서 중간까지 공중으로 철렁 매달렸다.

그리고 중간지점에서 다시 한 번 바닥까지 연결시켰다.

이제 나무들이  줄을 타고 내려가면 성공.

자른 나무들을 칡넝쿨로 묶어 매 달자마자 신나게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제법 큰 나무는 큰 가지 하나를 조금 남겨 두고 베었다.

그 갈라진 나무 가지가 묘하게 고리가 되어 쇠줄에 걸려 그대로 내려갔다.

“ 야 ! 저것 좀 보시오!”

사람들이  목청을 높였다,

황소가 위험하게 나르던 나무가, 겹 쇠줄만 타고 처음으로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대 성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나무를 종류대로 쓸 목적에 따라 골라내고 목재소로 운반하였다.

어떤 나무들은 지방으로 가기 위하여 안전하게  마차에 옮겨 기차역으로 갔다.

 위험이 없어지자 고용인들이 수십 명씩  날마다  찾아들었다.

그는  빈틈없이  사업을 돌보기 시작하였다.

작은 나무를 보호하고큰 나무만을 자르게 하였다. 산 위로 새로운 길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그 길로 신나게 일을 했다.

 원산 바다의 향기 속에서

한 젊은이 꿈은 하늘을 나는 들새라도 잡을 듯 용기에 차 있었다.

아버지는 이제 사업가 사이에서 새로운 인물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