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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너의아버지의 나라는한국

6장 아버지(이군상)의혼인

by 산꽃피는캐나다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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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아버지(이군상)의 혼인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

바람 따라 밖으로만 떠돌던  아들이 집에 돌아오자, 군주 씨는 아들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은 아들을 따뜻한 아래쪽에 앉게 하였다.

군상 씨는 그날  아버지가 잡은 손이 가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그렇게 떠 돌아 다닐 셈이냐?

 아버지는  창호지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을  정처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혼인을 해야지, 신부 쪽에  한없이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신부 집에 곧 연락을 할 것이니 어디로 떠날 생각은 하지 말거라.

”군주씨는 그렇게 당부하고 밖으로 나갔다. 군상 씨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 푸르던 느티나무가 지금은 고목이 되어 바람소리에도 조용한 것처럼 아버지가 그전처럼  화를 내시지 않았다.

군상 씨는  왠지 가슴이 돌덩이를 메달은 것처럼 무거움을 느꼈다.

  자식의 빈자리가 길었던지 어머니는 끝내 참지 못하고 치마폭으로 눈물을 훔쳐내었다.

아들은 어머니의 손목을 잡았다

 " 혼인 날을 잡으세요."

"그래 그래야지."

어머니는 그제야 안심한 듯 부엌으로 나갔다.

  군주 씨가 사냥하던 겨울 밤, 눈보라 속에서 만났던 깊고 깊은 산골의 처녀가 왔다.

키는 작은 편이었으나  소녀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결혼식 날

신부는 화사하게 수를 놓은 족두리를 쓰고  신랑은 비단 조끼를 입고 조랑말을 탔다.

 분홍빛  복사꽃이 피어나는  5월

 결혼식이 끝나고 군주 씨는 아들과 며느리를 불러 앉히고 땅문서를 주었다.

"둘이 열심히 일하면 밥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야."

그 옆에  작은 집도 준비해 두었으니......, 잘 살아야지!

 

 7장 자갈밭의 고민

 

 아들과 어린 며느리가 찾아간 땅은 산 밑에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험한 돌밭이었다.

아침을 먹고 난 후 점심을 싸가지고 두 사람은  밭으로 갔다.

돌밭을 파헤치고 큰 돌, 작은 돌을 골라내는 일은 땅속에 깊이 박힌 금을 파는 일만큼이나 힘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가도  일은 계속되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태양 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돌밭을  메고 있던,

군상 씨는 먼지가 피어오르는 마른 땅에  괭이를 콕콕 찍다가 힘없이 던지면서 아내에게 말하였다.

“ 서울엔 내가 다니고 싶은 학교가 문을 열고 있었소.

돈 있는 사람들은 아들을 서울로,  혹은 일본으로 신식학교를 보내는 세상이 되었소.

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공부하고 싶어 해도 교육은 상관하지 않는 사람이요.

아버지가   미워지기 시작하오.

지난번 내가 집을 떠 날 때처럼 말이요.

사람은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선 흙밖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차라리 일본으로 보낼 것이지 무슨 희망으로 살라는 것인지?

큰아들은 좋은 땅을 주고, 나도 같은 자식인데, 이 땅을 보시요  우리 아버님은  너무 하시오.”

그는 일어섰다가 다시 자갈밭에 주저앉아 긴 숨소리를 내었다.

 반년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2년이 지나도록 돌을 파내고 씨를 뿌려도 곡식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였다.

소낙비라도 내리면  땅 속에서는 돌들이  새끼를 낳은 듯 돌 알맹이로 분산되어  터져 나오는 그런 자갈밭이었다.

둘은  일을 멈추고 시원한 소나무 밑에서 점심을 먹었다.

고추장에 깻잎 호박 나물 계란 한 개, 고추장에만 비벼 먹어도 땀 흘리고 난 다음의 밥은 꿀맛이었다.

그러나 밥을 먹고 나면 언제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군상 씨는  아내에게 가슴속에 돌처럼 쌓여있는  말을 결국엔 끄집어내고 말았다.

“이 땅만 파다간  당신도 나도  이 돌처럼 메마르게 될 것이요

안 되겠소. 우리 읍내로 가서 살아봅시다.”

야이! 그의  희망에 찬 두손은 하늘을 향했다.

 

 8장 돌밭과의 이별

 

 며칠을 돌밭에 나가지 않고 방에서 고민하던  군상씨는 화 닥닥 일어났다.

아내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그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돌밭은 돌밭이 알아서 그대로 잘 있을 것이요

우리는 간단하게 짐을 챙깁시다. 스님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였소.

건강하게 몸도 챙기고 자손을 위해서 나는 꼭 출세를 하고 싶소.

 세월은 자꾸 가는데 나는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란 말이오.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될 것 이오

그 동안 방방곡곡을 다녀보니 조선의 젊은이는 신학문을 하루빨리 배워야 하오.

일본  신학문을 배우는 것이 무엇이 버금 난단 말이요?

조선 임금이  나라 문을 닫고 서구 신학문을 미리 받지 못하는 사이에 일본은 대문을 다 열어놓고 

그 무서운  총까지 만들었으니 우리 민족이 총을 어떻게 화살로 당할 수가 있었겠소?

그 사이에 조선이 이지경이 된 것이요.

적어도 배워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알아야지요.

당신도 틈틈이 내가 글자를 가르쳐 주지요.

 지금은 양반계급이 없어졌으니 세상이 점점 더 달라질 것이요”

“참말로......,  그때 그 기차를 타고  어디로 든 떠나야 했는데......,

 당신이 가고 싶지 않으면 나 혼자라도 갈 것이요.

내가 가서 자리 잡으면 당신을 데리러 올 것이오.

 사과 꽃처럼 부드럽고 순한 아내는 남편의 심정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두 사람은 그날로 간단하게  짐 보따리를 싸서 들고

도시를  찾아 나섰다.

그 도시가 바로 희망의 도시

아름다운앞 바다가 철렁이는 원산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