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내 고향에 죽기 전에 한번 가 볼 수 있었으면, 명사십리가 있는 내 고향 원산 비운리는
아름다운 곳 이었오. 고향을 말할 때면 그의 눈은 햇살이 쏟아지는 바다물결의 표면처럼 생기를 띠었습니다.
그에게 고향은 아직도 신비 속에 남겨진 아름다운 세계였지요
이 글은 한 가족이 살아온 실제 이야기입니다
5섯 살의 어린나이에 그것도 한밤중에 도둑처럼 어머니의 손에 끌려 기차를 타고
북한의 공산주의 에서 남한 쪽의 서울로 민주주의로 탈출하지 않으면 살수 없었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영토 확장 증세를 가지고 있는 큰 나라들은 무기를 먼저 개발했다는 이유로
영토를 넓히려고 정신이 없었고,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혹은 한국을 위한다는 이유로
한국을 두 나라로 분단시켜 놓았습니다. 아직도 분단 된 체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사상 속에서
부모형제를 만나지도 못하고 살고 있는 이작은 한국이라는 나라.
스위스처럼 중립국 평온한 나라로 만들어 주어도 될 터인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좀 더 좋은 삶을 위하여 나라를 버리고 이민 짐을 꾸렸습니다.
왜 이 유명하지도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려고 하는지
그 누가 묻는다면 우리가 바로 이민자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근원을 알려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한국, 같은 서울에 살았어도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남쪽 사람들은 다르게 살았습니다.
한 사람의 두뇌 속에 꼬깃꼬깃 기록된 삶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펴고 풀칠을 해서
남편은 남쪽에서 살았던 아내 인 나에게 이 사실을 적어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기를 원했기에
나는 이글을 쓰기 시작하였지요
나는 이야기를 들려준 주인공과 살면서 지나간 시대,
부모의 삶을 기억하고 안다는 것이 생활의 지혜를 가져다준 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삶의 무게를 통하여 지금 우리들의 생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알게 되었고.
그분들이 살아온 이야기 속에서 나는 슬픔에 젖었고, 용기를 가지게 되었고,
어려운 삶을 힘차게 이겨 나갈 수가 있었습니다
1900년부터 2020년도까지 즉 120년간의 역사
70년간의 우리가 경험 하였던 한국사와
50년간의 캐나다 이민사를
그때그때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 시대를 어떻게 이기고 살았는지를?
그리고 장성한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한국을 떠나 어찌하여 먼 땅 이곳에서 살게 되었는지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남편의 이야기를 말로 듣던 때 보다,
그때의 역사의 장면들을 실제로 상상하며 쓰기 시작하였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님들의 시대가 내 현실처럼 다가왔습니다.
2016년 1월 남편은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내 나이 곧 80을 바라보고 있으니 더 이상 부탁을 미룰 수 도 없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삶을 이기고 살아온 부모들과 우리들의이야기가
평범하고 지루한부분이 있으나 중간중간에 멋지고 흥미로운 삶도있습니다.
단편으로 적었기애 새로운 것을 골라서 읽어도 좋을것입니다
나의 아이들이나
이민자의 후세에게도 생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데
조금이라도 삶의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들의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기원합니다.
이글의 시작은 2006년으로
올해는 2023년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더 공부하여 엄마가 만든
이 아빠의 선물을
더 잘 읽어 보기를......,부탁해
그대여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최 윤자 드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나 잘못된 것이 있다면 책으로 인쇄되기 전에 알려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제1장 깨어진 구돌장
1세대 이야기(할아버지 시대) 이 군주씨
초기 1900년도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 집안에 도둑이 들면 주인을 묶어 매고 값진 물건을 도둑을 당하는 것은 하루로 끝이 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이 들어와서 보낸 세월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반항하는 나라의 국모 민비를 죽이고 땅속에서부터 금 은을 파내기 시작하였고
개인의 소유인 놋그릇까지 빼앗아갔다.
우리 국민을 종으로 부리고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북쪽이 좋다는 선전을 하여
북쪽 땅 간도로 보내기 시작하였다.
그들에 반항하여 독립 운동하는 자들을 감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왕권을 무너지게 하였다.
정식으로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을 한국의 복판에서 계획하고 불러일으키면서 일본은 자리를 굳게 잡았다.
그리하여 1910년에 대한민국은 식민지가 되었다.
조선 총독부를 설치하여 독한 헌병 경찰 지배시대가 시작되었다.
이 군주 씨는 그 시대에 살았고 아들 이 군상씨도 그 시대의 일부에 살았던 사람이다.
군상 씨의 아버지 이 군주 씨는 체격이 좋고 어깨가 딱 벌어진 힘을 쓰는 장사였다.
그는 힘이 좋고 활을 잘 쏘고 사냥을 잘하였다.
그때는 민 비가 이미 시해되었고 이씨조선이 기댈 대가 없는 어수선한 시기였다.
태조 이성계의 큰아버지 병조판서를 지내던 완창대군의 16대 손으로 태어난 이 군주씨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젊어서 중국에 가서 학문을 배우려고 떠났으나, 공부보다는 먼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가마 솟을 굽는 기술을 배워서 고향 안변으로 돌아왔다.
흙으로 가마솥 모양의 틀을 만들었다. 쇠붙이를 넣고 석탄과 참 숯으로 불을 충분히 때고 쇠를 녹여내었다.
그 틀 속에 쇳물을 부어서 가마 솟을 만들었다.
그는 안변에서 가마 솟을 처음으로 구워냈다.
소를 키우는 사람이나 밥을 짓은 데 가장필요한 것이었다.
날마다 그가 벌어들인 무거운 동전이 항아리마다 가득가득하였다
하루는 번 돈으로 큰집을 사려고 수소문을 해보니 안 변 군 비운 리에서
제일가는 대궐집이 귀신이 붙은 집이라 하여 헐값으로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집을 돌아본 군주 씨는 그 집이 마음에 꼭 들었다. 방도 열개가 넘었다.
집에 서있는 정원수나 우물 옆을 돌로 정성스럽게 단장한 정원은 아름다웠고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는 하인을 불렀다.
“이 서방 내가 귀신 나온다는 집을 사고 싶다고 주인한테 알려 주게.”
이 서방은 근심이 되어 말리었다.
“사실은 저 집을 산 사람들이 하나도 아니고 전 사람도 후에 산사람도 죽어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귀신 마에 씌워서 딸이 시름시름 앓고 있어서 판다고 합니다.
집안 식구 중에 그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 귀신은 무슨 귀신?” 그는 귀신을 믿지 않았다.
“밤에 처녀 귀신들이 머리를 풀고 나와서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허허, 너도 그 소리를 그대로 믿느냐?”
그는 혀끝을 끌끌 차며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에 잠겨 마당을 천천히 돌았다. 날이 새자, 군주 씨는 아내의 말림에도 상관하지 않고
싼값으로 그 집을 계약하였다. 10일 후 그는 저녁상에 식구들을 다 모았다.
“우선 이사는 나 혼자 갈 것이니 그리 알고, 내 이부자리만 옮기도록 하여라.”
아무도 그 집에는 얼씬하지 말라고 이른 뒤 혼자 들어가서 잠을 잘 생각이었다.
군주 씨는 그 집을 차근차근 돌아본 뒤 앞마당을 기분 좋게 걷다가 사랑채에 들어가 낮잠을 청했다.
귀신이 나온다는 말은 정말이었다. 꿈결에 대나무 숲이 흔들리고,
우물 속에서 귀신이 나오고 있었다.
정말 우물 속에 빠져 죽었다는 처녀가 꿈속에 처녀 귀신들을 서너 명이 데리고 방문을 열고 들어 온 것이다.
머리를 풀고 문지방에선 처녀 귀신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너는 누군데 남의 집에서 잠을 자고 있느냐? 어서 나가지 못하겠느냐?”
그때 꿈속에서 군주 씨는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지지바 간나 새끼! 어째서 이게 네 집이란 말이냐?”
그리고 그는 손을 휘둘러서 처녀귀신을 힘차게 내려쳤다.
일어나 보니 실제로 장사의 힘으로 내려친 곳에 구들장이 깨져 있었다.
사람들이 깨어진 구들장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이제 이 집 귀신은 내가 물리쳤으니 다 들어오도록 해라."
그 뒤로 집안 식구들이 이 집에 들어와서 편안하게 지내었다.
그때 사람들은 군주 씨의 기가 귀신의 기 보다 세어서 귀신을 쫓아낸 것이라 믿고 있었다.
제2장 할아버지 시대의 혼인 이야기 1905년
요즈음에는 젊은이들이 즐겨 신는 스노슈즈라는 것이 있다.
겨울 눈 속을 산책을 하지면 스노 슈스가 필요하다.
옛날 우리 할아버지들이 눈 속을 헤매고 다니는데 무엇을 신었을까 ?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신들 매를 신고 눈 속에서 사냥을 하다가 길을 잃었다고 했다.
신들 매는 싸리나무와 그 위에 물푸레 가지로 엮어지고 그 위에 신발을 붙여 만들었다.
아마도 지금의 우리가 신고 눈 산을 다니는 것보다 더 가볍고 편했을 것이다.
그가 신들 매를 신고 두 개의 창을 가지고, 화살과 그 밖에 사냥에 필요한 짐을 메면 떠날 차비가 다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사냥을 하다가 눈 속에서 나가는 길을 잃었다고 했다.
지친 할아버지가 끝없는 눈 속에서 불 켜진 초가집 하나를 보았을 때 얼마나 반가웠을까!
사나이는 다 굳어진 손으로 동그란 문고리를 잡고 두들겼다.
“누구세요?”
남자가 문을 열었다.
“길을 잃었소. 하루 밤만 신세를 질 수 있을까요?”
그때 바람이 휙 불면서 눈바람이 휘몰아쳐 방으로 기어들었다.
주인은 친절하고 겸손하였다.
“ 어서 방으로 들어오시지요.
덕이야 이곳에 밥상을 차려오너라.”
주인은 문을 열고 딸을 불러내어 상까지 차리게 하였다.
“글쎄 이 깊은 산속에 집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하였습니다.
비운 리에서 시작하여 하루 종일 이 산속을 헤맸습니다.
꼭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 산속으로 족히 십 리는 걸었겠군요.”
이야기는 불빛 속에서 점점 화기가 돌았다.
그럼 주인께선 어떻게 이런 곳에 집을,,,,,,.
보시다시피 이곳엔 나무가 많지 않습니까?
감자농사를 좀 하고 가마에서 참 나무 숯을 굽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나 군주씨의 얼굴에는 분명 알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묻지 않았다.
“글쎄요, 조금 말 못 할 사정이 있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니 안심하시오. 허허허!”
혹시 성함은 ?
“성은 인동 “장 ”이고 이름은 만식이라고 합니다.”
그때 소녀가 부엌에서 방문을 열고 음식상을 받쳐 들고 나타났다.
불빛에 비친 소녀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고운 피부에 빛나는 눈 귀여운 얼굴.
군주 씨는 눈을 번쩍 뜨고 홀딱 반해 버렸다.
군주 씨는 준비라도 한 듯 아들얘기를 술술 늘어놓았다.
“우리 족보는 완창 대군 16대로 내려오고 있는데 나도 잘생긴 아들이 하나 있지요.”
"대군이라고요" 그제야 주인은 자신의 숨긴 족보도 기탄없이 털어놓게 되었다.
벼슬 덕분에 시대를 잘못 만나서 이렇게 숨어 살고 있습니다.
우리 서로 족보도 흠잡을 때가 없으니 애들을 혼인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두 사람의 눈빛은 반짝거렸고 술잔이 더 바쁘게 오고 갔다.
그때는 일본의 식민주의 가 시작되고 있었다.
18살짜리 소녀와 14살짜리 소년의 혼례가 눈이 펑펑 쏘다 지는 산속에서 이렇게 야밤중에 약속되고 있었다.
옛 시대의 혼인은 당사자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부모가 보고 듣고 결정하면 자녀들은 그대로 순종하면 축복이고 그대로 끝이 나는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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