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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essay) 단편소설

분신

by 산꽃피는캐나다 2020. 11. 14.

 분신

 

 

 수필 최윤자 (산여울) 2006년

 

부모를 찾아 휴가를 온 너

며칠간 우리들의 즐거운 시간은 이제 끝이 나고 있다

지금 공항에 서서

너를 떠나 보내야만 한다

 

해가 가면 갈수록 서러워지는 이 이별은

그리고 두 뺨에 흘러내리는 이 눈물은

나 자신에 대한 외로움 때문일까

너에 대한 못다 한 정 때문일까

아니면 가는 세월에 대한 서러움 때문인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만나고 서로 사랑하게 되었던가

 

나의 선택으로 네가 나의 몸속에 들어온 것이 아니듯이

또한 너의 선택도 아니었다

그런 선택은 우리 힘으론 할 수가 없는 것

자연의 선택이었거나

신의 선택이었다

 

타의적 선택으로 만난 우리가 같은 나의 몸속에서

10개월을 밀착되어 있었다

같이 숨을 쉬고

너를 키우고

너를 성공시키겠다고 멀고먼 도시로 보내고

그리고 이젠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네가 결혼을 하고

올해는 귀여운 아내와 같이 찾아들고

 

우리가 이렇게 일 년에 한 번이나

그것도 우리가  서로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어야 만날 수 있다면?

난 공항에서 너를 떠나보내며 마음속으로 헤이기 시작하였다

 

바쁘게 사는 너를?

몇 번이나 너를 만날 수 있을까

그때부터 공항에서 너를 보내는 날이면

내 눈 속에 눈물이 고이고 있다

너도 알고 있다

내 눈빛을 보며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나를

 

우리는 언젠가 때가 오면

너와 나

땅 위와 땅 아래로 헤어져 야한다는것이 서럽다

 

나의 분신

분신이기에 떠남은 언제나 이렇게 외로움을 남긴다

그러나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의 이치도 알고 있다

떠나는 오늘은 슬퍼지고

내일은 조금 덜하고 그다음 날은 조금 덜해져

 

그리고 차차 잊어지는 너, 잊어질 수 있는 나

 

결국 인간은

자신과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기위해 돈을 벌고

그 임무를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힘든 일도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동물적인 임무라 하여도 나는 그 길을 소중히 택한다

 

우리 또 만나자

다시 만나 이번처럼

숲 속으로 떠나고 산길에도 오르자

 

자연의 아름다운 향기 속에서

삶의 시를 읽고

생명의 의미를 느끼자

 

그리고 또 사는 날까지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또 만날 날을 애타게 기다리며

용감하게살자

 

사랑해

엄마가

 

(이 글은 2006년 7월 19일 밴쿠버 한국 신문 A 7면 기사로 실린 글입니다)

코로나로 올해는 보지 못하는 아들 가족을 그리워하며

오래된 신문한장을 들쳐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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