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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essay) 단편소설

파혜쳐진 우포늪

by 산꽃피는캐나다 2008. 9. 8.


이글은 복히후배님이 쓴 글을 이곳에 가져왔습니다.

 다같이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읽어보시지요

 

 

 

아침에 인터넷에 뜬 짤막한 한 줄의 소식

불도저로 파헤친 우포늪...

놀래서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며 나는 기가 막혀서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고

후끈 열이 올라 땀이 다 났다.

나는 우포늪에 가본 적은 없다. 이런 저런 사진과 TV 다큐를 통해

늪지가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알았고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늪지 중 하나가

우포늪이며 생태계의 중요한 보고인데다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 좋아

늘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언제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간간이 우포늪의 왕버들이 사라져간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왔지만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불도저로 밀어낸다는 기사는 정말 뒤로 자빠질만큼

끔찍한 소식이었다.

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 협약에 의해 우포늪도 국제습지조약 보호지역으로 등록된 곳인데

그렇게 알려지다 보니 아마도 찾는 사람이 많았던지 그 찾는 사람들을 위해

볼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볼거리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없는 사람들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늪은 늪으로서 존재 가치가 있고 있는 그대로를 훼손하지 않는 정도의 산책로를

만들어 보는 사람들이 그곳을 다치지 않고 다녀올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우포늪에 갈 필요도 없다.

일본의 오제습지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그 습지를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팀버로 만든 탐방로는 주변 경관과 더없이 어울려 한층 운치가 있었으며 꼭 그 길을 이용해야만

하게 함으로써 수초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습지를 다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음식물 반입도 간단한 요깃거리만 들고 들어가 쓰레기 하나도 남기지 않도록 했고

그런 규칙을 어기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고원에 위치한 관계로 하루 숙박을 요하는데 최소한의 잠자리만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을 최대한 단순한 구조로 만들었으며 오물이나 하수가 습지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조심하고 있었다.

화면을 통해 본 오제 습지는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곳에서만 피어나는 하얀 꽃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온갖 수생식물들이 어울어져 맑은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은

거기가 바로 낙원이구나 싶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오제습지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애정은 대단했다.

오제습지의 아름다움과 그곳에 대한 사랑을 노래로 만들어 애창한다는 것이다.

여인들에게 그 노래에 대해 묻자 부끄러우면서도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 모든 보호와 관심이 관민 가릴 것 없이 한 마음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불도저로 밀어내고 만든다는 그 볼거리가 과연 무엇인지, 모르긴 해도

허접하고 조잡한 늪지와는 상관도 없는 것이리라.

이름난 어디나 상혼이 판치는 우리나라의 관광 현주소,  염증이 더럭더럭 생긴다.  

도대체 왜 모를까.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볼거리라는 것을.

누군가 항의를 했더니 멍청한 탁상 행정가들은 훼손이 아니라 개발이라고 한단다.

이미 시뻘건 흙을 드러낸 우포늪의 일부를 보여주는 사진을 보며 마치 유린 당한 느낌이다 .

무조건 파헤치면서 개발한다는 명목하에 지금까지 우리의 자연은 얼마나 많이

훼손되고 파괴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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