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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essay) 단편소설

쌍둥이 폭포수(Twin Falls) 산행 에서 생긴 일

by 산꽃피는캐나다 2008. 2. 11.

쌍둥이 폭포수(Twin Falls) 산행 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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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스퍼에서 첫 캠핑과
쌍둥이 폭포수(Twin Falls) 산행 에서 생긴 일

*
이민 온지 거의 2년째 되던 1974년 여름에 일어난 일입니다.
내 나이 29세 생각만 해도 젊고 희망찬 나이였습니다.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외국바람이 불던 때, 나 역시 캐나다 달력에서 본 호수 사진하나로 용감히 이민 길에 올랐던 철없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이곳에 오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호수는 밴쿠버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Hope를 지나 Kamloops 를 다녀온 후 이 나라가 끝도 없이 크다는 것을 알았고 이름을 외우지 못한 그 호수는 아마도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관리자(Supervisor)가 휴가 때 찍은 사진을 점심시간에 돌려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속엔 찾고 있던 호수 모습이 그 멋진 호텔을 배경으로 양귀비꽃들이 만발한 채 그대로 박혀 있었습니다.
호수의 이름은 레이크 루이스였고 그녀는 자세히 가는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는 여름휴가에 하루 종일 해가 질 때까지 달렸습니다. 쟈스퍼 대문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땅으로 기어들고, 잘 보이지도 않는 공원 안내서를 받아들고 캠핑장소를 찾았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었는지 주위가 조용하고, 피크닉 태불 위에서 불고기 몇 점을 바쁘게 구워먹고 우리도 차안으로 기어들었습니다.
작은 Pinto 승용차 뒷문을 높이 올리면 텐트가 붙어있고 가운데 지퍼를 열고 들어가 발을 뻗고 잘 수가 있도록 마련한 것입니다.
차안에 아기까지 누우니 비좁아 우유며 반찬거리가 들은 음식 통은 피크닉 태불 위에 놓고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캠프장은 어둠이 오자 무섭게 깜깜하였고 우리는 더위에 시달리고 피곤하여 금방 콜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에 남편이 이게 무슨 소리야? 하며 일어나 앉았습니다.
“밖에 누가 온 것 같은데......” 지퍼를 조금 열고 내다보던 남편이 기절할 듯 뒤로 물러나 않았습니다.
“조용히 해! 밖에 산더미 같은 것이 서 있어. 곰!”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아요?
“가만히 있어봐!” 남편이 플래시를 더듬거리며 찾는 동안 나는 무서워서 이불 위에 고개를 콕 박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밖에서 꿀쩍 꿀쩍 요란한소리가 나더니 떨거덕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나고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으니 다시 땅이 쿵쿵 울리기 시작 하였습니다.
그때야 어머니를 속으로 부르며, 우리 아기를 가슴으로 덮으니
남편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가나 봐! 지금 저쪽으로 걸어가고 있어!” 하고 말하였습니다.
“아이고! 가슴이야! 그럼 어디 좀 봐요”
틈새로 내다보니 어둠 속을 유유히 걸어가는 검은 물체는, 내가 밤중에 본 그것은, 얼마나 거대하게 보이는지 동물원에서 보던 곰이 아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직장동료들이 들려준 곰 이야기는 호랑이만큼이나 무서웠습니다. 화가 나면 인정사정없다는 곰은 불쌍한 우리를 잡아 물고 휘 두르지는 않고 그렇게 서서히 물러났습니다.
밤이 지나도록, 곰이 또 새끼들이나 데리고 나타날까봐 나가지도 못하고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아침에 보니 음식박스는 피크닉 태불 위에서 떨어서 뚜껑이 벗긴 체 음식이 쏘다지고, 곰이 꿀걱 꿀걱 들여 마시던 밀크박스는 땅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양념한 불고기는 손도 안대고 2리터 밀크 통만 다 들이키고 사라진 것입니다.
이한번의 경험은 텐트를 치고 자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있는가를 알게 되었고
“만일에 그날 음식박스를 차 속에 넣고 잤더라면 어찌되었을까 ?”
음식에는 절대 양보 안한다는 곰이니 그 큰 발톱으로 차를 다 뒤지고 밀크를 찾아냈을 생각을 하면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다음날 아침에 Jasper 국립공원을 빠져 나가면서 받았던 안내서를 차안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곰의 나라입니다. 해 넘어갈 때는 절대 음식을 하지 말고 냄새도 피우지 말고 음식은 절대 텐트 속에 두지 마시요”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무식했던 우리들의 캐나다 첫 캠핑은 곰과의 대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 *
1998년 초 가을 레이크루이스로 산행을 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사이에 눈 세상이 되었습니다.
눈을 밟고 Agnes 호수의 Tea-house를 들려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시고 Big Beehive 정상을 올라 한쪽은 레이크루이스의 가장 예쁘고 단정한 모습과 다른 쪽은 Agnes 호수의 맑음을 가슴 하고 산을 넘어 6시간의 산행을 마치었습니다.
이튿날 모레인호수를 산행하고 싶었으나 갑자기 추어진 날씨에 일찍 곰이 내려와 문을 닫았고, 안내소에서 요호 국립공원으로 가라고 하였습니다. 할 수없이 요호국립공원으로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Takakkaw Falls 를 옆으로 지나 Twin Falls 로 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산이 허물어진 듯한 널어진 돌밭 계곡을 지나니 잘 다듬어진 길이 나타났습니다. 오래된 나무뿌리가 발끝에 걸리고 Laughing Falls 를 지나니 둘이서 가는 처음 길이고 모든 것이 생소해서 무서움이 선뜻선뜻 가슴에 전율을 긋고 지나갔습니다.
벌써 여름이가고 있음인지 인적도 없습니다.
얼마를 그렇게 걸었을까? 뒤에서 소리가나서 보니 몇 사람이 올라오는데 나보다 나이가 더 먹은 듯한 여인을 보니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그 여인이 주장인 듯하고 3명의 젊은이들 어깨에는 그 곳에서 잘 모양인지 배낭을 무겁게 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동행이 그리운 터에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급히 따라붙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얼마가지 않아 숲이 깊어지더니 길 중간에 빨간 줄을 치고 더 이상 가지 못하게 막아버렸습니다.
“어제 곰이 이곳에 내려왔으니 폭포 는 위험합니다! 돌아서 글레시어 쪽으로나 올라가시오”라고 적혀있습니다.
중년여인이 우리를 붙잡고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는 잘 준비가 안 되었으니 내려가야겠다고 하였습니다. 동행을 만나서 안심했는데......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안색이 변하도록 사정 하는 그들과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목적지를 몇 발작 앞에 두고, 오르지 못함에 속이 상할 대로 상했으나 돌아서는 마음이 그날은 왠지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시 내려가는 길은 길었는데, 영국에서 신혼 여행으로 들렸다는 청춘남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곰 설명이 길어지자 그들도 무서운지 같이 돌아가자고 합세를 하였습니다.
그럼 올라오다 호수표시를 하나 보았으니 구경하자고 하였습니다. 갈림길이 나오고 거기서부터 Duchesney 호수는 10분쯤 걸어갔는데 가뭄이 들었는지 입구가 물이 바닥이 나서 검은 진흙과 돌이나타나 물이 나간 벌, 서해안의 바닥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호수는 상당히 컸고 우리는 미끈 덕 거리는 척척 달라붙는 호수바닥을 걸어서 물 있는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호수중앙에서 커다란 물체가 갑자기 악! 하며 솟아올랐습니다.
곰이다! 곰! 청년은 큰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도 혼미 백산하여 무작정 죽고 살기로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신발이 달라붙어 맨발만 빠지려하니 이젠 또 죽었구나!

남편의 소리가 또 한번 귀청을 울렸습니다.

돌아보니 그때 중앙에 서있던 큰 물체는 온통 물을 뒤집어쓰고 물벼락을 치면서 숲 속으로 달아나는 것입니다.
"곰이 아니다."

물속에 있었던건  곰이아니고  무스가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관중도 없는 무대는 폭소를 계속 터트리며 막을 내렸습니다.
다른 해 보다 일찍 내려온 곰을 피해 다니던 이번 여행은 곰에 얼마나 신경이 곤두섰던지 또 그것도 모자랐던지 숲 속을 나오다가 산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또 기절초풍하였습니다.
이번엔 조그만 산닭 만 돌아다녀도 깜짝 깜짝 놀라니 무슨 용기로 그동안 산을 해매고 다녔는지? 참 알고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곰을 만나면 살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배웠습니다.
같이 간 친구나, 남편보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ㅋㅋㅋ


쌍둥이 폭포수 (Twin Falls) 가는 길
6월-8월 @@@@ (출구 Yoho National Park)
16.5Km 7시간 산행높이300미터 정상1800미터
요호 국립공원 안에 있습니다.
Takakkaw폭포 캠프장을 지나서 황량한 돌밭 빈터사이로 길이 열립니다. Laughing falls 까지가 거의 반 거리입니다. 가다가 글레시어는 바른쪽으로 산책길이 연결되므로 왼쪽으로 다음 갈림길에서도 왼편으로 끝까지 갑니다.
사진으로 보니 높은 암석위로 양쪽 돌 틈이 생겨 멋지게 쌍둥이 폭포수가 내려붓고 있습니다.
요호국립공원 안에는 유명한 Takakkaw폭포수가 있고 에메랄드호수는 5.2Km이며 2시간정도로 돌 수 있으며 그 맑음과 고요함은 어느 호수에 비교할 수가 없었습니다. 산행은 7-8월에 가야하고 9월은 너무 늦습니다.

(2004년 코리아 미디어에 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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