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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유화)

wedge mount lake

by 산꽃피는캐나다 2021. 12. 27.

유화

영광의 훈장 (수필)

 

나는 내 나이에 거기엔 갈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웨지 마운트 호수 (Wedge Mount Lake.) 산행 책 속에서나 만나는 나의 꿈의 호수였다.

왕복 14km. 고도 710m에서 시작해서 1,200m를 올라가 1,910m 눈 산밑에 있는 큰 호수까지 7-8시간 걸리며 돈 한나( Down Hanna)의 하이킹 책 중에 가장 가파르고 험한 곳으로 되어 있다. 올라갈수록 더욱 경사가 급해지고 마지막엔 기어서 올라가야 한다. 내려올 땐 두 개의 산 지팡이를 무릎을 위하여 권한다.

그러나 눈 산밑에 있는 호수가 고생한 보람을 안겨 준다.

정말 끝내 주는 경치가 거기 있을 것만 같았다. 책을 펼 때마다 몇 년을 덮지 못하고 읽고 또 읽었다.

작년에 벤쿠버의 지표라는 더 라이온스(The Lions )돌산 밑까지 여덟시간 반을 걸려 어려운 산행을 끝내었다. 그 뒤로 마음이 바뀌고 설레기 시작했다. 계속 웨지마운트 호수 노래를 부르다가 봄이 되자, 이 선생님과 피터씨에게 D-데이 선전포고를 하게 되었다. 팔월 첫째 주, 토요일. 그 날은 죽든 살든 웨지마운트 호수에 가는 날입니다. 휴가를 맞춰 주세요. 기다리던 8월이 왔다. 이 선생님과, 미스터피터, 우리 부부는 금요일 저녁 흥분에 떠들면서 모터 홈(Motor Home)을 몰고 위슬러로 떠났다.

밤중에 우두둑 우두둑 소낙비가 모터 홈을 불안하게 때려 댔다.

새벽이 되자 5시에 모두 예정대로 일어나서 길이 좋든 나쁘든 몰고 들어가, 산행 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날씨는 상쾌하고 청명했다. 처음부터 경사가 시작되었다. 헐떡거리며 경치가 툭 트인 커다란 계곡의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거기서부터 내 종아리가 땅기며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리가 이상해요. 타이거 범 (Tiger Balm)을 발라야겠어요.”

시작부터 그러니, 그렇지 않아도 겁을 집어먹었던 산이라 더 자신이 없어졌다.

피터 씨 제가 전에 말했듯이, 이 산행만은 두 사람이 포기해도 남은 두 사람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다가 힘들면 차에 가서 기다릴 테니 이 선생님과 같이 올라가세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관말고 조심해서 천천히 내려오세요.”

여태껏 미세스 리가 포기하는 것 못 봤는데요.” 하고 피터씨가 웃긴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아뇨 다리가 말을 안 들어요. 정말 시작부터 자신이 없어요

피터씨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눈이 와도 산에 가요. 비가와도 산에 가요. 다리가 아파도 산에 가요. 하지만 밤에는 무서워 산에 안 갑니다. 노래라도 부를까요?”

내가 빨리 올라가라고 손짓을 하여도 영 움직일 기세가 아니다.

제가 언제 미스터 리 놔두고 혼자 가는 것 보았습니까? 우리는 하나예요. 한 사람 내려가면 다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렇다. 그게 피터씨의 성품이었다. 이제 갓 50세에 접어드는 명랑한 피터씨를 산행 동반자로 얻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한 주도 결석하는 법이 없었다. 산이 좋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삶의 일부가 되어 생활하는 사람, 산처럼 미덥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피터씨였다. 남편은 피터씨가 이 선생님을 따라가면 좋겠는데 저러고 있으니 마음이 심란해서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갈 때까지 가 보지요

할 수 없이 배낭을 둘러메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쉬다가 걷다가 끝도 없이 기어올랐다. 세 시간 반을 넘게 올라갔을 때, 나무 사이로 갑자기 산이 나타났다. 숲 위로 목을 빼고 올려다 보이는 큰 두 돌산이 눈으로 덮어 있고, 그 사이로 요란한 소리로 우렁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는 장관 중의 장관이었다. 어이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여기까지 온 보람이 가슴을 환하게 덮쳤다. 여기에서 운동화를 신은 발목에 생채기 피가 얼룩 덜룩한 채로, 내려오는 남자를 만났다.

다쳤어요?”하고 내가 걱정을 하고 묻자

아무것도 아닙니다. 왔다가는 이 기분에 비하면 마지막 30분이 올라가는데 아주 힘들어요.”

정말 그랬다. 네 발로 기어올라갈 돌산이 거기에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 간 사람이 다친 것을 본 뒤여서 조심조심 기어올랐다. 갑자기 편편한 알파인이 나타났다. 풀들 사이로 걷다가 내가 팔짝팔짝 뛰며 뒤돌아 섰다. 따라오던 남편과 피터씨가 내가 안 하던 짓을 하니 눈이 둥그래져 무슨 일이냐고 놀라서 물었다. 이번엔 피터씨가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만큼, 호수는 우리를 놀래 킬 만큼, 찬란한 색깔을 하고 요 녀 처럼 거기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태양과 눈 덮인 빙산이 입맞추고, 청 옥색이 무슨 조화로 무대를 이루었는가? 이 높은 고산에 이처럼 아름다운 거대한 옥수가 숨어 있을 줄이야 ……

삼십여 년 전 울릉도 성인봉에서 바라보던 섬들과 바다의 모습. 왕복 12시간의 고행 끝에 그때는 산길도 없고 바닥부터 오르던 시절 뛰어서 내리다 안개 속에서 흥분속에서 손끝에 적시었던 백록담의 물결보다도, 알래스카 스케그 웨이를 지나 다섯 가지 색이 영롱한 에메랄드호수에 못지 않게 내 가슴을 흥분시켰던 이 웨지마운트 호수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돌아오는 길에 조그만 사고가 있었다. 거의 다 내려 왔는데, 뒤가 조용해서 돌아보니 피터씨가 안 보였다. 조금 전까지 따라 왔는데 혼자 갈 데가 있었나 보다. 우리는 거기 서서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 걱정하는 사이에 피터씨가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고 나타났다.

아니 무슨 일 있었어요? ”

뒤로 산을 돌아보려다 발을 헛디뎌 몇 미터쯤 굴렀습니다. 다행히 나무를 움켜잡고 기어올라 왔지요. 죽어도 여기서 죽으면 상관없어요.”

피터씨는 가슴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래도 좋다고 입이 함박꽃이다. 그렇다. 지금도 웨지마운트호수(Wedge Mount Lake)얘기만 나오면 설레고 자랑스럽게 흥분해서 떠든다. 지난 십여 년 간 오르던 산 중, 제일 신바람으로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피터씨는 가슴에 영광의 훈장까지 달았으니……

 

 

 

예술을 하러

 

산에 나무 짙으면

더 포근하고 편안해지오.

사람들 무리 지면

서로 고달프다 하지요.

 

100년도 못 살면서 말 많은 사람이나

1000년도 더 살면서 침묵하는 나무나

누가 그 목숨 따라가는 길 탓하리까?

 

그대여

마음이 고달프면 산으로 가시지요.

맑은 정기 흘러 흘러 가슴을 씻어 주오

풀밭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 손에 얹어 보시오.

 

산이 우리의 고향이요?

산이 우리의 부모이요?

 

정다운 건 흙이요.

흙 돌이 모여 앉아 높은 산이 되었오.

풀과 나무의 숨결 소리 들리오.

새도 구름도 바람도 폭포도 개울도

돌멩이도 호수도 짐승도 벌레도 다 잠재우는 산

 

그대여

고달프면 산으로 가시지요.

예술을 하러 ....

높은 하나님 만나러 산으로 가시지요.

 

고요함이 흐르오

바다같이 떠다니오

숨쉬는 영혼

기쁜 하늘밑

눈산 밑에 떠 있는 푸른 호숫가에서

오늘도 황홀하게 서 있소.

 

Wedgemount Lake에서

12월30일 토요일 2000년 한국일보 벤쿠버(The Korea Times)

 

오늘은2021년 12월26일

산여울

 

몹씨 부족한 그림이지만

본것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 견딜 수 없었던

그 시작이   이 호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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