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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essay) 단편소설

캘리포니아 글로리

by 산꽃피는캐나다 2007. 6. 6.
 






캘리포니아 글로리(영광)



이런 꽃을 본 일이 있는가

가슴을 환하게 밝혀주는

빛이 가슴에 들어오는 황금빛 색깔의 꽃을

사람들은 지나다가 걸음을 멈춘다.

그 환한 황홀함에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서서 꽃을 들여다보고 기뻐한다.

내 키보다 더 큰 나무에 설기 설기 사방으로 뻗어나간 나무 가지들마다

꽃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5월이면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가득 피어나기 시작한다.

꽃이 지면서 새 꽃이 피어나고  여름 한철을 수도 없이 피어나는 꽃

남편은 이 꽃을 황금 꽃이라고 부르고 나도 금 꽃이라 이름 지었다.


사실 이 꽃나무의 이름은 캘리포니아 글로리(영광)이다.

 이 꽃을 15년 전에 사다 심었다.


더운 지방에서 사는 나무가 어떻게 내 정원에서 해마다 이렇게 신신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지 신기한일이 아닌가? 

이 꽃을 다른 자리에도 심어보았는데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또 죽어버렸다.


그러나 이 땅 한구석

바람이 없는 곳인지

땅속에 온돌을 놓고 불을 지피는 곳인지

이 꽃은  이 자리에서 십 오년을 즐겁게 살고 있다.

꽃이 피는 오월

작게 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내 가슴도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어느 하루아침이면 황금색이 뒤 덮기 시작한다.

얼마나 찬란한 희망이고 기쁨인가?

이 꽃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보기 좋은 곳에 서서 손가락을 다 펴고  서 있다.

반갑다는 인사를 도리도리 하듯이......,


오늘은 여자와 남자가 꽃 주위를 빙빙 돌다가 주유소 문으로 들어섰다.

“미스터 리 저 꽃 말 이예요?

저와  남편이 지금 시비중이거든요.”


남편은 왜 그러느냐고 그들에게 묻는다.


“나는 진짜 꽃이라고 하고, 남편은 가짜 꽃이라는 거예요. 진짜 꽃 맞죠.”

남편은 웃는다.

“하하 진짜 꽃이면  어떻고 가짜 꽃이면 어때요?


진짜 꽃입니다. 진짜요 꽃잎을 만져 보라고 하세요.”


“우리남편은요 잎사귀가 하나도 없는 것이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꽃잎도  종이 장 같잖아요. 호호호 내가 잘 맞추었다니까.”


정 말 그렇다 이 꽃은  얇은 종이 장을 닮았다.


“며칠 후에   가짜  잎을 내가 달아 놀 테니까 다시 와서 확인 해봐요.”

남편은 즐겁게 대답한다.


“그럴게요. 호호호.”


이렇게 5월이 시작되면 꽃을 몰래 꺾어 가는 사람도 나타난다.


주유소에 들어와서 일하는 점원에게 묻는다.

“저 꽃을 꺾어다가 뿌리를 내리면 살지요?”


나이 많은 점원은  꽃을 꺾는 줄 알고 놀라

상대방의 눈치를 보면서 대답하기에 바쁘다.

“아니지요 (no, no. no)

죽어요, 죽어 .곧바로 죽는다니까요.”


그리고 손님이 나가자 

뒤돌아서 한숨을 내쉬며 나를 보고 깔 깔 댄다.

“틀림없이 밤에 와서 꺾어 갈려는 것을 겨우 막았다니까요.”


이미 꺾어서 쓰레기통에 감춰 놓고 와서  양심이 찔리는지 조금 꺾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도 있다.

“꺾어 심으면 그 꽃은 죽어요.” 하는 말을  죽어라고 안 듣고 사정하는 고집 센 사람이 있었다.

하도 귀찮아서


“그럼 조그만 꺾어요.

자 여기 가위 있어요.”하고 가위를 내밀었다.

그런대 다시 가위를 들고 온 걸보니 크게도 배어냈다

왜 조금만 꺾는다드니 그렇게 두게 씩이나  배다니…….양심이 있는 사람인가?

나는 못 마땅해서 속으로 화가 나서 죽겠다.

내가 다시는 가위를 주나봐라 속으로 결심을 한다.


꽃을 못 꺾게 하니까 짓궂은 손님은


“미세쓰리

하하

밤에

내가 땅 파는 기계를 같여 올 거예요. 라고 놀린다.”


“꽃이 없어지면 …….누가이기나 ? 어디 마음대로 해봐요 호호”


어째서 이 꽃이

이리도 인기란 말인가

 

붉은 장미도 아니고

귀티 나는 양귀비도 아닌데

자주빛 비단의 난초도 아닌데.......


 이 꽃이 왜 그런지?

주위를 돌면서  나대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꽃은  그 흔한 장미가 아니다.

고귀한 목련, 화사한 진달래도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난다 .

허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다.


이 꽃은 이곳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더운 지방의 꽃이 번지수를 모르고 서 있다는 것이다.

기후 9등급에서 사는 꽃이

기후 8등급에서 살고 있는것이다..


또 황금 2달라 같은 (루니)  잎 5 개가 누워서 꽃송이를 이루었는데 그 색깔의 찬란함이 그대로 가슴에 와서 흥분을 주는 것이나 아닐까 ?


벚꽃이 다 사그라지고 진달래꽃들 분홍 꽃이 목련이 다 사라 질 즈음에 피어나는 꽃

이 꽃은 환한 색깔로 날 좀 보라는 듯이 잘 차려진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환한 오월의 공주나 왕자처럼 등장한다.

주유소 정원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꽃들을 보면  잘 초대받은 귀한손님이나 되는 듯 마음이 화사해지리라.

캘리포니아 글로리 ! (영광)

이런 꽃 앞에 초대되었으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정원에 꽃들도 많이 피고 지지만

이 꽃처럼 환하게 손님들을 기쁘게 해주는 꽃은 아직 보지 못하였다.


꽃은 선물이다.


지난해 심한 겨울눈과  봄바람의 추위 속에서

정원의 꽃들 몇 개가 처음으로 날개를 접었다.

오래된   클라메티스가 넝쿨만 덮인 체  소식이 없다.

큰 쇼크를 받았다.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다투라도 이 겨울을 못 견디고 죽었다.

벚꽃이 꽃을 일찍 피우고 나서 다 죽은 것처럼 얼어버렸다.

마음을 조렸는데

다행히 요즈음 마른 가지위로 하나둘 잎사귀가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추위에 견디지 못할 캘리포니아 글로리

네가 이  겨울을  잘 살아 주었음은 기적이 아닌가?

 

올해 더 많은 꽃을 피우고 있는 영광의 꽃을

나는 감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서서 바라본다.



2007년 6월